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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ries ‘Untitled,’ which encompasses my work, primarily features a black background, symbolic shapes, and the presence of both large and small cracks and flows within the accumulated layers of paint. The predominant use of the color black on the canvas represents the self, while also acting as a dynamic gesture that draws the viewer’s eye. In this respect, the color black itself embodies its own subjectivity.

Universality within Dichotomy, Visualization of Existence


My painting always begins with black. This unique ‘black,’ born from the mixture of ink, a fundamental material in Eastern art, and black gesso, a base material for Western painting, functions as a visual representation that naturally shows the combination of East and West, connected to the origin of the materials. As much as it forms the foundation of my work, the black background reflects my own identity and is based on the social and cultural dichotomies existing in both the East and West. Even amidst the transformations of various series, the concept of dichotomy remains firmly rooted and is particularly apparent when contrasted with the variability encountered in numerous environments throughout life. This concept extends beyond a reflection of my life, serving as a result that encompasses all beings living abroad as both Asians and foreigners. The environment, which unavoidably makes one confront cultural differences, naturally leads to a contemplation of the ego, leading to a way of asserting one’s existence and pursuing uniqueness and individuality. Just as different cultures appear intermixed, the black base combining the primary materials of East and West thus also acquires a ‘spatio-temporal’ significance that represents the self from childhood to the present.


Reflecting on my nomadic life through Korea, Canada, and the United States, I was able to work in forms that (re-)combine memories and emotions from various regions. However, it was impossible to fully recall all emotions and memories. It was an inevitable result of not being able to stay in one place for a long time, but the partial loss of memory due to the movement of space and fragmented memories paradoxically made the concept of time regress from the present to the past. The work reaches its conclusive state in a way that records by approaching from a diachronic perspective that looks back on the process of change in self-existence and the flow of time, rather than from a synchronic perspective that recalls a specific period. Beyond the binary opposition, the contemplation of identity and subjectivity is not in clear sight in my work; rather, it becomes hidden, concealed, and obscured within the layers of matière. This method of not fully exposing individual perceptions and experiences invites a complete immersion and appreciation of pure abstraction.

Absolute Universality and Traces of Individual Forms

Within the shapes on the canvas, the layers and movements of the paint, the cracks, they all integrate into subjective properties and take the form of a record that organizes fragments of memory. This form of record is another aspect of traces that are the inherent traces bloomed within my experience and the visual transformation of the passage of time.


The symbolic shapes that reveal their material properties contrast with the universal attribute of the black background, effectively advocating for a record of individual experiences. To the viewer, they might appear representational, but the implication of the process is abstract, as it does not possess a clear form or nature. This device, which draws kinetic expression from a static image, includes all acts of selecting materials and techniques as I recall specific experiences and subjects. Media created through heat, combination, solvents, and more reach a process of (re-)combination, abandoning their characteristics and consciousness of existence, and visually present a completely different aspect. My work, which constantly overlays and engages in continuous acts to fill the properties of each element destined to perish, is also a journey to complement imperfection.
Just as walls and grounds naturally crack over time, traces of the years always remain in some form. These traces are not only markers of specific memories but also signify existence itself. Wrinkles on a face or scars from injuries indirectly communicate information, even without someone explicitly explaining them, indicative of indirect communication. My work, which proves itself through ‘traces’ rather than for any particular aesthetic value or being beautiful, does not delegate the role of judgment to a specific subject.


To compensate for my dilemma of not being able to recall vague memories, the thick materiality that fills in the cracking gaps through repetitive acts, the entire process transitioning from imperfection to perfection, adds substantial solidity to the materials and is cyclical. Because there is no intention to directly expose a specific subject or place, what is evoked in the work is inevitably subjective to the viewer. The texture of cracked earth, the length of shadows, weather, the color of the sky, or the change in emotions felt on a rainy day, while all are recorded as visuals trapped within a two- dimensional frame, the narrative within maintains a continuous fluid form. The practice, which seeks to act as a catalyst that can elevate the subjective consciousness of a third party, will continue through ongoing discourse.

나의 작업을 아우르는 시리즈 ‘무제’는 검정 배경, 기호적인 도형, 겹겹이 쌓인 물감층의 크고 작은 균열과 흐름이 주가 된다. 캔버스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조색 검정은 자아를 대변하는 동시에 관람자의 눈을 감기게 하는 운동적 행위의 측면에서 검정 자체의 주체성을 지닌다.

이항대립 속에서의 보편성, 존재의 시각화


나의 회화는 언제나 검정색으로 시작한다. 동양의 근본이 되는 재료인 먹(墨)과 서양화의 바탕을 칠하는 재료 블랙 젯소(Black Gesso)의 혼합으로 탄생한 고유의 색 ‘검정’은 재료의 근원지와 연결되면서 자연스레 동서양의 결합을 보여주는 시각물로서 기능한다. 작업의 근간이 되는 만큼 나의 고유의 정체성이 담긴 검정으로 이루어진 바탕은 동서양에 현존하는 사회적, 문화적 이항대립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여러 시리즈의 변형 속에서도 굳게 뿌리내리며 자리한 이항대립의 개념은 특히 살면서 마주한 수많은 환경에서의 가변성과 대비되어 나타난다. 이는 나의 삶을 투영한 결과에서 더 나아가 동양인이자 이방인, 외국인으로서 타지에서 살아가는 모든 존재로 확장된 결과로서 작용한다. 문화의 차이를 끊임없이 접할 수밖에 없던 환경은 자연스레 이고(ego)에 대한 고찰로 연결되어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 고유성과 독자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다른 문화가 혼재되어 나타나듯 동서양의 주재료를 결합한 검은 바탕은 이로써 유년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자아를 대변하는 ‘시-공간적’ 의미 또한 지니게 된다.

한국과 캐나다, 미국을 오가며 유목 생활을 했던 나의 지난 일생을 돌아보았을 때 여러 지역에서의 기억과 감정의 (재)결합 형태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감정과 기억을 온전히 불러오기는 불가능했다. 한 곳에 오랜 시간 머물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필연적 결과였지만, 공간의 이동이 남긴 기억의 일부 소실과 파편화된 기억은 역설적이게도 시간의 개념을 현재에서 과거로 역행하게 했다. 작업은 특정 시기를 떠올리는 공시적인 관점을 벗어나 자기 존재의 변천 과정과 시간의 흐름을 되돌아보는 통시적 관점으로 접근해 기록하는 방식으로 귀결된다. 이항대립을 넘어선 정체성과 주체성에 대한 고민은 작업에서 또렷하게 드러나지 않으며 오히려 켜켜이 쌓인 마띠에르(Matiere) 안에 감춰지고, 숨겨지고 가려지게 된다. 이처럼 개별적인 인식과 경험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 방법은 온전한 추상으로의 몰입과 감상을 유도한다.


절대적 보편성과 개별적 형태의 흔적

캔버스 속 도형 안에서 일어나는 겹겹의 층들과 물감의 움직임, 균열은 모두 주관적인 속성으로 통합되며, 기억의 파편들을 정리하는 하나의 기록적 형태를 띤다. 이 기록의 형태는 작가의 경험 안에서 피어난 내면의 자취이자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변환시킨 흔적의 또다른 모습이다. 저마다의 물성을 드러내는 기호적 도형은 보편적 속성인 검은 배경과 대비되어 개성적인 경험에 대한 기록을 표방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구상적 형태로 인식되지만 사실 과정의 함의(含意)는 명확한 형태와 성질을 갖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상적이다. 부동하는 이미지에서 운동적 표현을 끌어내기 위한 이 같은 장치는 특정 경험과 대상을 떠올리며 재료와 기법을 선별하는 모든 행위에 포함된다. 열, 결합, 용매 등에 의해 만들어진 재료들은 각각의 특성과 존재 의식을 버린 채 (재)결합의 과정에 이르게 되면서 시각적으로 전혀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 소멸될 수밖에 없는 각 요소들의 성질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덧칠하고, 지속적 행위를 일삼는 나의 작업 역시 불완전성을 보완하기 위한 여정이다.

시간이 흘러 벽이나 땅이 자연스럽게 갈라지듯, 세월의 흔적은 어떤 형태로든 늘 남는다. 그 흔적은 특정 기억의 표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존재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얼굴의 주름, 상처로 인해 새겨진 상흔 등은 그에 대한 정보를 누군가 직접적으로 말해주지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 설명된다는 점에서 간접발화의 성격을 띤다. 특별히 아름답거나 또는 미학적인 가치 판단이 필요해서가 아닌, 스스로를 ‘흔적’을 통해 증명하는 나의 작업은 판단의 몫을 특정 대상에게 부여하지 않는다.

어렴풋한 기억을 상기할 수 없던 나의 딜레마를 보완하기 위해 갈라지는 틈 사이를 메우는 반복적 행위로 인해 채워지는 두터운 마띠에르, 불완전성에서 완전성으로 이행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 재료의 실질적 견고함을 더하며 순환되는 것이다. 특정 대상이나 장소를 직접적으로 노출하려는 의도가 없기에 작업에서 연상되는 것들은 보는 이에 따라 주관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갈라진 땅의 텍스처, 그림자의 길이, 날씨, 하늘의 색, 혹은 비가 내리던 어느 날 느꼈던 감정의 변화 모두 평면의 프레임 안에 갇힌 시각물로 기록되지만, 그 안의 내러티브는 지속적인 유동적 형태를 띈다. 제3자로 하여금 주체적 의식을 고양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이 되길 추구하는 작업은 끊임없는 담론의 형성을 통해 이후에도 지속해서 시도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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